
4KHz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 중 높은 축에 속하는 새의 울음소리. 인간이 말을 하지 못한다면 무언가가 문제가 생긴 것처럼, 새가 울지 못한다면 새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 보아도 무방하다. 울지도, 날지도 못하는 새가 도로 위에 있다면 차나 사람에게 치이지 않도록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도록 하자.’
딱히 정보를 전달하는 설명글도, 선행을 장려하는 글도 아닌 애매모호한 글을 보며 루이는 한숨을 쉬었다. 이 글도 영 아닌 것 같았다. 별 소득 없는 검색에 앞사람 등 뒤에 절묘하게 가려둔 핸드폰의 뒤로가기를 마구 눌렀다. 이렇게 갑자기 새에 대한 글을 찾게 된 이유는 기계는 알았지만 생물은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당장에 앞에서 강의하고 있는 교수님조차 딱딱한 무생물에 대해 가르치고 있었다. 이 모든건 공강 시간에 평소와 다른 길로 산책을 한 결과였다.
분명 길 자체는 몇 번 가 보았던 길이긴 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차도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작은 새 한마리였을 뿐. 그걸 눈치채지 못했으면 이렇게까지 심란하지 않았을 텐데. 자신의 주먹보다도 작은 새는 가까이 다가가도 울지 않았고 날지 않았다. 겁을 주면 움찔거리는 것 같긴 했지만 이 마저도 얼마 가지 못한 채 그 작은 동물은 입만 벌리고 그저 가만히 숨만 쉬고 있었다.
‘유리창에 부딪힌 것 같았지…?’
여태까지 검색해본 결과로는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서 뇌진탕에 걸린 것이 제일 유력했다. 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루이는 그 작은 새를 근처 담장 위에다가 올려두기만 하고 왔다. 하지만 강의 시간 내내 그 새가 눈에 어른거렸다. 벌린 입으로 겨우 숨만 쉬고 있던 그 모습이 마음 한 켠에서 떠나질 않았다. 루이는 결국 강의가 끝나면 바로 담장으로 달려가기로 했다.
*
교수님이 칠판을 지우기도 전에 강의실을 튀어나간 루이는 아까 그 담장으로 한달음에 뛰어갔다. 평소 주변에서는 볼 수 없는 새파란 털색은 저 멀리서도 그것이 거기 있음을 알렸다. 아직 안전하게 있는 것을 확인한 루이가 속력을 줄일 때쯤, 담장 위로 걸어가는 고양이가 보였다.
‘안 돼…!’
루이는 다시 땅을 박차고 전속력으로 새를 향해 뛰어갔다. 고양이는 다행히 사람이 뛰어오자 놀라서 도망갔다. 하지만 역시나 새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
답이 오지 않을 말을 건넨 루이는 담장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새를 손 위로 옮겼다. 주변에 동물 병원은 없는걸로 알고 있는데. 그는 그것을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품 안에 품고 자취방으로 향했다.
자취방에 굴러다니는 낮은 박스에 적당히 천을 깐 뒤 파란 깃의 새를 올려두었다. 작은 종지에 물도 떠서 넣어둔 뒤, 인터넷에서 본 대로 박스 위에 천을 한 번 더 덮어 어둡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만들어 준 것이 오후였는데, 박스 안에서 새소리가 들린 것은 다음날 아침이나 되어서였다. 비몽사몽으로 무슨 일인지 파악하던 루이는 정신이 들자마자 박스의 천을 열어보았다. 눈이 마주친 작은 새는 어제보다 건강해 보였다.
“이제 괜찮니?”
말이 통할 리 없었지만 그는 다정하게 새에게 안부를 물었다.
“괜찮아. 고마워.”
“…응?”
그런데 들려서는 안 될 말이 들린 것 같았다. 새에게서 눈을 뗀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집에 누가 들어온건 아닌데….
“나야, 이쪽이야. 네가 어제 주워 온거!”
“어라….”
루이는 새가 말을?! 같은 진부한 생각을 하고싶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 어떤 누구든 그렇게 생각할거라고 자부했다.
“…네가 지금 말했니?”
“맞아!”
날개를 한 번 파닥인 작은 새는 갑자기 노래하기 시작했다. 말이 들린 것처럼 가사가 붙진 않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아름다운 울음소리였다. 잠자코 그의 노래를 듣던 루이는 노래가 끝나자 작은 새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는 무슨 새야?”
“으응~ 나는 엄밀히 말하면 새는 아닌데…. 일단 말이 통하는 새라고 하자.”
“흐음…. 말이 통하는 새라니 한 번 해부해보고 싶네.”
그 말을 들은 새는 손을 쪼며 짹 하고 소리쳤다.
“그런 무서운 말 하지마!”
“후후, 장난이야.”
새가 쓰다듬어서 엉망이 된 깃을 부리로 정리하며 말했다.
“방금 노래는 너에게 행운을 불러주는 노래야. 아마 당분간은 그 노래가 너를 지켜줄거야.”
“꼭 신처럼 얘기하네.”
“으음, 비슷한거니까?”
깃을 다 정리한 새는 포로록 날아서 루이의 머리에 안착했다. 너무 가벼워서 앉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날아가다가 뭔가에 부딪혀서 아무 것도 못하고 있었어. 구해줘서 다시 한 번 고마워.”
“고마우면 해부는 어때?”
그는 대답 대신 머리를 한 번 더 쪼았다.
“아야. 장난이야, 화내지 마.”
방 한 켠에 있는 거울로 새를 쳐다본 루이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았다.
“이제는 괜찮아? 앞으로 어떻게 할거야?”
“아직 좀 날기 힘들지만…. 여긴 인간이 너무 많아서 곧 떠나야겠지.”
“그래? 아쉽네….”
비록 만난건 찰나였지만, 그의 노래는 떠나 보내는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루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루이는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뱉었다.
“계속 노래해줬으면 좋겠는데.”
“내 노래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응, 정말로.”
루이의 머리카락을 죽죽 잡아당기던 작은 새는 다시 포로록 날아 루이의 손 위에 안착했다.
“날 구해줬으니까, 가끔 와서 노래 불러줄게.”
“정말?”
“응. 나는 한 번 한 약속은 잊지 않아.”
그러고는 창틀로 날아가 앉았다. 밖으로 보내달라는 신호 같았다. 루이는 일어서서 창문으로 다가가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네 이름은 뭐야?”
“…카이토.”
“그냥 새는 아닌 것 같으니까…. 그럼 카이토 씨, 나중에 다시 놀러와.”
그 말과 함께 루이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상쾌한 아침 공기가 훅 하고 끼쳤다. 카이토는 마치 대답이라도 한 듯 짹, 하더니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갔다. 루이는 그 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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