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6THz
세상이 멸망했고
“...카이토씨?”
세카이에 있어야 할 카이토가 눈 앞에 나타났다.
멸망은 갑자기 일어났다.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주저앉는 굉음과 함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아무 방향으로 도망을 치는 사이 루이는 정신을 잃었고 눈을 뜨니 이미 끝나 있었다. 180도 뒤바뀐 상황에 방어 기제가 먼저 작동한 루이는 잠시 이런 이야기의 쇼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쩌면 정신을 잃은 순간부터 쇼에 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인생은 거대한 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따지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 자신이라면 어떻게 연출할지 따위의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는 천천히 상황을 받아들여 갔고 쇼도 꿈도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온전히 깨달았을 때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그는 우선 정보가 필요했다. 정신을 잃은 사이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전쟁이 시작된 것인지 좀비 바이러스에 버금가는 무엇인가가 휩쓸어간 것인지 대지진으로 땅이 꺼져버린 것인지 외계인이라도 나타난 것인지. 어떤 위협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정하기란 무리가 있었다. 인터넷을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켜봤지만 넘어지면서 망가졌는지 간신히 시간만 표시될 뿐 어떠한 버튼도 동작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세카이는 어떻게 되었을지 걱정이 들었다. 그곳은 현실과 분리되어있으니 괜찮을 것도 같았다. 네네와 에무와 츠카사는 멀쩡할까? 가족들과 친구들은......
숨을 고른 루이는 정보를 얻기 위해 발을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생존자를 찾을 수만 있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아니면 통신이 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을지도. 그러니 일단은 나아가야했다.
그러나 해가 두 번 내려앉을 동안 그 누구도 찾지 못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보지 못했는데 기이한 것은 사체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 지구 상에서 생명체라곤 한꺼번에 소멸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집이었던 곳은 주저앉아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 아래 누가 깔린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루이의 방이자 실험실은 절반이 건재해 그곳에서 하루를 묵었다. 부품들 중 멀쩡한 것을 그러모아 탐색에 도움이 될 주파수 탐지기를 만들었다. 그걸로 무엇이든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해가 뜨자마자 탐색에 나섰다. 전철도 버스도 모두 멈춰버렸기에 건물 잔해를 피해 길의 흔적을 따라 정오가 되어 도착한 곳은 피닉스 원더랜드였다. 꿈과 웃음을 줬던 놀이공원은 파괴와 무기질로만 가득한 폐허가 되어있었다. 땅이 솟아올라 망가진 회전목마, 길이 끊겨 추락해버린 롤러코스터, 한가운데를 기준으로 쩍 갈라져 더 이상 돌 수 없는 회전컵, 뒤집어진 채 여기저기에 떨어져 방치된 범퍼카. 어트랙션 입구를 지키던 피니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음식점 앞을 지키던 피니는 지붕에 깔려 반파되었다. 처참한 광경에도 원더랜즈 쇼타임 멤버라면 분명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루이는 점점 발걸음을 빨리 했다. 주파수 탐지기에 잡히는 것은 없었지만 포기하긴 일렀다. 무너진 건물 잔해가 원더스테이지로 향하는 길목을 완전히 막았기에 조심스럽게 밟아 올라 지나왔다. 떨리는 심장에 비해 탐지기는 여전히 조용했지만 루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발명품이 실패하길 빌었다. 그러나 달리다시피 도착한 스테이지는 탐지기처럼 고요했다. 다른 곳과 똑같이 기둥 하나가 무너져 지붕이 쓰러져 있었지만 비교적 양호한 편에 속해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생명 반응은 없었다. 루이는 실망감을 숨기며 안쪽으로 향했다. 어쩌면 무대 옆에, 어쩌면 무대 뒤에. 어쩌면 무대 아래에, 어쩌면 그 위에.
무대에 서서 빈 관객석을 내려다본 루이는 그제서야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가 자신뿐일지도 모른다는 고독을 체감하고 있었다. 이것이 쇼라면 여기서 정신이 붕괴되어야 하는 타이밍이 아닐까? 소리를 지르고 운명을 부정해야 할까? 실제로 루이는 그대로 주저앉으려했다. 실성해 웃으려했다. 작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형편없는 비극으로 끝났을지도 몰랐다.
“삐.”
처음으로 들은 신호음에 루이는 즉각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규칙적인 신호가 다섯 번 이어졌을 때에서야 주파수 탐지기로부터 나오는 소리임을 깨닫고 정신을 차린 루이는 탐지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멍하니 한 걸음씩 내딛어 도착한 곳은 창고의 구석이었다. 비교적 멀쩡한 내부는 어두컴컴했고 공연에 썼던 자재와 도구들로 가득했다. 그 한구석 나무상자가 쌓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끙,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탐지기의 소리와 똑같이 빠르게 뛰었다. 루이는 조심스럽게 상자의 뒤편을 확인했다. 누군가 온 것을 눈치챈 상대는 고개를 들고 루이를 올려다봤다. 푸른 눈과 마주친 순간 루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대에 놀라 굳었다.
“......카이토씨?”
“어......루이?”
세상이 멸망한 지 삼일만에 루이는 가장 예상하지 못한, 하지만 가장 보고 싶었던 이와 만났다.
카이토의 말에 따르면 세상의 멸망은 세카이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처음엔 자유롭게 뛰놀던 회전목마들이 조각상처럼 멈췄다. 하늘을 날던 롤러코스터가 추락하며 굉장한 소음을 냈고 회전컵은 가루가 되고 범퍼카가 폭발하자 땅이 갈라졌다. 카이토는 인형들을 대피시키다가 갈라진 틈 사이로 떨어져 정신을 잃었고 눈을 뜨니 바로 이곳에서 루이와 조우했다.
“……그래서 나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몰라.”
“음, 세상이 먼저 멸망하고 세카이가 그 영향을 받았을테니 카이토씨가 모르는 게 당연해.”
세카이는 사람의 꿈으로 구성된다. 그런 세카이에 영향이 끼쳤다면 원더랜즈x쇼타임은…… 아니다.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게다가 그렇다고 쳐도 세카이에 있어야 하는 카이토가 여기 있는 것은 설명되지 않았다. 아직 희망을 포기하기에 일렀다. 방금 생각한 것과 똑같은 것을 생각 중인 듯 얼굴이 어두워진 카이토에게 일부러 평소대로 밝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래도 카이토씨와 만나서 다행이야.”
“어? 아 그러게. 루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카이토도 똑같이 따라 웃었다. 저 미소에 많은 도움과 위로를 받았다. 설령 세상이 진짜로 멸망했다 해도 저 웃음만큼은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잠시 빠져있던 루이는 한 가지 목표를 떠올렸다.
“이제 어떻게 할까. 츠카사네를 찾아봐야할 것 같은데 미쿠네도 설마 여기로 왔을까?”
“음 일단 카이토씨, 우리 바다에 가자.”
“어?”
다소 생뚱맞은 답변에 카이토는 눈을 크게 뜨고 루이를 바라봤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여유를 찾은 루이는 빙긋 웃었다.
“어디로 갈지 정해두고 이동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 같아서. 이 정도의 사건이라면 바다에도 영향이 끼쳤을 거야. 거기서부터 조사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또 생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으니까 무언가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게다가 카이토씨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고. 마지막 말은 굳이 꺼내지 않았다. 카이토는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는 현실 세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으므로 루이의 의견을 따져볼 것이 없었다. 빙글빙들 도는 것보단 목표를 지정해 가는 것이 나아보였고 또,
‘카이토씨는 바다를 닮았어.’
언젠가 그렇게 말하던 루이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인어공주 공연을 준비할 무렵 인어공주가 사는 바다를 설명하기 위해 에무가 찍어온 해변 사진과 네네가 빌려온 바다 속 풍경 사진집을 다 같이 봤었다.
“우와 여기가 바다구나!”
“린도 가보고 싶다~”
“물에 들어가면 시원해?”
“응! 모래는 햇님을 머금어 따뜻하고 바다는 시원해서 기분 좋아!”
“더 자세히 얘기해줘!”
미쿠 일행이 눈을 반짝이며 에무와 츠카사에게 바다 얘기를 듣는 동안 카이토도 사진집에 집중해 있었다. 루이가 다가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푹 빠져있었다.
“카이토씨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어?”
“아 루이. 하나만 고르기 어려울 정도로 다 굉장하네. 루이도 바다를 좋아해?”
“음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편이야. 바다라는 미지의 세상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거든. 빛도 닿지 않는 심해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아가는지 카이토씨도 궁금하지 않아?”
“루이의 말을 들으니 궁금하다.”
나란히 앉아 함께 사진집을 넘겨보았지만 책을 보는 건 카이토 혼자였다. 루이는 고개를 숙여 책을 보는 척 눈으로는 카이토를 바라봤다.
“……카이토씨는 바다를 닮았어.”
“어? 내가?”
“응. 카이토씨의 머리만큼 푸르러서 아름답거든.”
“하하 칭찬 고마워.”
그것만이 아닌데. 루이가 다시 입을 떼려할 때 앞쪽 일행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바다에 가고 싶어진 미쿠와 린과 렌에게 다음 휴일에 데려가겠다고 약속을 한 모양이었다. 모두 기뻐하며 웃고 있었다. 네네마저도 뒤로 살짝 빠져있었지만 즐거워 보였다. 카이토를 돌아보니 카이토도 그런 모두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좀 더 큰 웃음을 띄우려면……
“그럼 풀장을 챙겨오면 어때? 공기를 주입해서 부푸는 풀장 한쪽에 파도를 만드는 장치를 넣으면 제법 바다와 비슷할 거야.”
“우와! 엄청 재밌겠다!”
“그 주위에 야자수랑 조개로 꾸미면 더 그럴 듯 하겠다!”
“물놀이하면 수박과 물총도 빼놓을 수 없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날이었다. 카이토도 루이도 환하게 웃었었다. 우리는 그 때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걷다보니 바다에 도착했다. 도심에서 벗어날 수록 파괴된 건물은 줄어들어 다른 사람을 발견할 것이란 희망도 잠시 생겼었지만 어느 길을 지나도 두 사람의 걸음소리 뿐이었다. 루이의 주파수 탐지기도 언제 소리를 냈냐는 듯 고요하기만 했다. 또다시 절망이 차올랐지만 루이가 힘들어하면 카이토가, 카이토가 힘겨워하면 루이가 지지하며 바다를 향했다.
“여기가 바다……”
루이가 예상한 것과 달리 바다는 멸망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거대하고 위대했으며 반복적으로 파도 치는 모습은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휴대폰을 통해 본 적만 있는 카이토는 소금기 섞인 냄새와 파도의 소리, 발자국이 그대로 남는 모래해변에 잠시 마음이 들떴다.
“역시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엄청나네.”
“그치? 직접 보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이런 상황에서 들떴다는 것이 민망해진 카이토는 웃으며 얼버무렸고 루이는 그저 따라 웃었다. 멸망 전과 똑같은 바다는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어 보였지만 루이의 얼굴엔 실망한 기색이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작은 단서라도 찾기 위해 해변가를 따라 걸었지만 해가 떨어질 때에서야 바다는 종말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늘에서부터 시작된 붉은 노을은 서서히 바다로 퍼져나가 온 세상을 붉게 물들였다. 카이토는 황홀한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 채 고요한 세상의 멸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파도 소리 외에 그 어떠한 생명의 소리도 없는 곳. 이미 그와 루이를 제외한 모든 것이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 그대로 고독에 먹혀버리기 직전 루이가 카이토의 손을 붙잡았다.
“……! 루이?”
그제서야 자신이 바다에 빠져있는 내내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챈 카이토는 당황했다. 루이는 좀더 입꼬리를 올려 즐겁게 웃었다.
“카이토씨 머리, 노을때문에 보라색처럼 보여.”
“어?”
루이는 천천히 긴 손가락을 문지르며 깍지를 꼈다. 얌전히 손가락의 침입을 허용하는 카이토에 루이는 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생각한 게 하나 있거든. 모든 사람이 사라진 세상에서 왜 하필 나와 카이토씨였을까?”
카이토는 루이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루이는 마치 연기하듯 목소리에 힘을 실어 리듬을 주었다.
“카이토씨는 세카이를 넘어오기까지 했지.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한 가지 가설을 세웠어.”
“……그게 뭔데?”
“이 곳은 나와 카이토씨만의 세카이인거야.”
“뭐?”
카이토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해졌다. 관객이 예상한대로 반응하면 연기자는 더 흥이 오른다.
“어떠한 소망으로 이곳이 만들어진 거지. 그리고 그 소망으로 인해 나와 카이토씨만 여기 있는 거야.”
“……그건 어떤 소망인데?”
카이토는 그제서야 주위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붉어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럼에도 루이의 두 눈동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그의 눈이 천천히 휘어지는 것을 가만히 바라봤다.
“카이토씨와 단둘이 있고 싶다, 는 소망일 거라고 생각해. 왜냐면 카이토씨를 좋아하니까.”
“어……?”
“그래서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바다도 같이 보고 싶었어.”
상상하지 못한 고백에 카이토는 저주라도 걸린 듯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든 것이 연기가 아닌 루이의 진심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서야 간신히 입을 열 수 있었다.
“……언제부터?”
“아마도 푸른 바다를 보고 카이토씨를 떠올렸을 때부터.”
지금은 붉지만, 하고 웃는 루이는 평소와 똑같았다. 카이토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옳은 답을 알고 있었다.세카이의 주민과 주인. 카이토의 감정과는 관계없는 처음부터 정해져있는 답이었다. 그러므로 카이토의 마음이 흔들려도 대답은 바뀔 수 없었다. 루이도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기에 카이토가 말하기 전에 선수를 쳤다.
“그렇지만 계속 여기 있는 건 나도 카이토씨도 곤란하겠지? 만약 내가 짐작한 것이 맞다면 이 곳을 나갈 방법도 알 것 같은데 한 번 해보지 않을래?”
그리고 그가 거절을 듣지 않으려고 말을 돌렸다는 것은 카이토도 알고 있었다. 하하, 역시 루이네.
“응, 모두들 걱정할 테니까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야지. 어떻게 하면 돼?”
주위는 이제 짙푸른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루이는 최적의 연출 타이밍을 찾기 위해 한 템포 쉬었다.
“사랑의 키스. 사랑 이야기의 해피엔딩은 항상 키스로 끝나니깐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카이토가 대답하기 전에 이미 루이는 한 손으로 그의 볼을 감싸고 눈으로 허락을 구해왔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는 얼마든지 밀어낼 기회를 주고 있었지만 카이토는 밀어내지 않았다. 밀어낼 수 없었다. 짙푸른 하늘에 의해 이번엔 루이의 머리색이 푸른 빛으로 보인다는 것은 속으로 삼켰다.
두 입술은 조심스럽게 서로를 탐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리란 것을 짐작한 두 사람은 입을 맞추고 있음에도 서로를 갈망했다. 영원과도 같은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얼굴을 떨어뜨린 채 서로를 마주보았다.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은 전달되었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의 세카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속도처럼 빠르게 밝은 빛으로 감싸인 두 사람은 서서히 정신을 잃었고 마지막까지 손은 놓지 않았다.
“루이! 감기는 괜찮아?”
“어제 갑자기 결석해서 놀랐잖아. 이제 아픈 곳은 없는 거지?”
“응, 이제 다 나았어. 걱정을 끼쳤네.”
츠카사의 컨디션 관리에 대한 일장연설이 펼쳐지는 동안 에무는 열심히 경청했고 네네는 질려 했다. 자신의 일로 인해 시작된 잔소리에 아주 약간의 책임을 느낀 루이는 적당히 듣는 척하고 있었지만 몸은 온통 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루이도 어제 쓰러졌어? 카이토도 쓰러졌는데!”
“아 아니, 인형들과 놀다가 실수로 넘어진 거야.”
아 드디어. 아침에 자신의 방에서 눈을 떴을 때부터 가장 먼저 떠오른 궁금증은 그 모든 것이 혼자만의 하룻밤 꿈이었는지였다. 모든 감정과 감각이 놀랍도록 생생했다. 입술은 여전히 사람의 체온만큼 따뜻한 것 같은데. 그 의문을 해결하려면 상대방의 반응을 관찰해야 했다. 그래서 루이는 카이토가 등장하자마자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루이는 감기였다며? 지금은 괜찮아?”
평소와 다르지 않는 모습에 김이 샌 루이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작은 단서라도 발견할 수 없을지 계속 관찰했다. 카이토는 대화를 나누다 렌이 도구 정리를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그를 따라 갔다. 그때까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해 실망하기 직전이던 루이는 뒤돌아선 카이토에게서 아주 작은 단서를 찾고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즐거운 일이라도 있어?”
“으응, 여전히 평화롭구나 싶어서.”
네네는 그의 대답을 다르게 이해한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그는 카이토의 붉어진 귀끝에 시선이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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